2017.04.13 17:21

관계와 교제

조회 수 2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관계와 교제 / 성백군

 

 

공원 나무 밑 좌판 옆 바닥에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물그릇과 모이, 먹다 남은 통조림.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고, 길고양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힐끔거린다.

 

누굴까, 저 착한 마음은

부자가 재산을 털어 공궤하는 것은 아닐 테고

어쩌다 나들이 나온 사람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닐 것이고

어느 마음씨 고운 이가?

아니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럼, 동물애호가 단체에서 왔다 간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일주일 휴가차 본토에 있는

아이들 삼 남매 부부가 손자 손녀 여섯 데리고 와서

북새통을 치는 대는 내 새끼들이라도 감당이 안 되었었는데……

 

저어~ , 저 소외된

저녁 어스름 속 등 굽은 노숙자

잠자리 찾아 좌판 옆 의자에 앉아

먹이를 정리하며 뒷수습을 하는데

새들이 먼저 알고 그의 어깨에 앉고, 길고양이

무릎으로 파고들며 반긴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없고

혈족도, 주종관계도 아니지만

매일 만나서 일상을 나누는 교제가 아름다워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일몰이 가다 말고 멈춰 서서 시샘한다

늦었지만 저도 할 수 있다며

종일 무심했던 하늘을 서산에 매달고

벌겋게 물들인다

 

   808 - 0326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1 (동영상시) 새해를 열며 2 차신재 2017.02.23 379
1090 이데올로기의 변-강화식 1 미주문협 2017.02.26 201
1089 수필 아프리카의 르완다를 다녀와서-이초혜 미주문협 2017.02.26 248
1088 뜨는 해, 지는 해 강민경 2017.02.28 154
1087 정상은 마음자리 하늘호수 2017.03.05 180
1086 경칩(驚蟄) 하늘호수 2017.03.07 176
1085 두 마리 나비 강민경 2017.03.07 196
1084 상실의 시대 강민경 2017.03.25 99
1083 아침 이슬 하늘호수 2017.03.30 141
1082 바퀴벌레 자살하다 하늘호수 2017.03.30 156
1081 거룩한 부자 강민경 2017.04.01 161
1080 풋내 왕성한 4월 강민경 2017.04.06 125
1079 동행 하늘호수 2017.04.07 124
1078 구름의 속성 강민경 2017.04.13 290
» 관계와 교제 하늘호수 2017.04.13 213
1076 꽃의 화법에서 강민경 2017.04.20 117
1075 티눈 하늘호수 2017.04.21 148
1074 진실은 죽지 않는다/(강민선 시낭송)밑줄긋는 여자 박영숙영 2017.04.25 167
1073 2017년 4월아 하늘호수 2017.04.26 119
1072 낙화(落花) 같은 새들 강민경 2017.04.30 101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