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외길 삶/강민경
거친 파도가
방파제 둑에 부딪혀 튀어 오를 때마다
혹, 공으로 물고기를 줍겠다고
길 위를 살펴보았지만
죽은 고기는커녕, 상한 고기 한 마리 없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저 큰 파도의 힘을
손바닥만 한 물고기가 어떻게 피한 걸까요
무슨 수로 저런 억압과 올무에서
벗어난 걸까요
세상이 텃밭인 사람들은
작은 일, 개인의 일도 참질 못하고 곧잘
화내고, 싸우고, 울고, 때 쓰다가 드러눕고
때로는 세상 바람에 맞아
상처 입은 제 모습 자주 드러내는데
물고기는
물고기도 죽기도 하겠지만
물에 맞아 죽었다는 소문은 들은 적 없으니
파도칠 때 무엇을 했던 걸까요
수심 깊은 곳에서
납작 엎드려 물결에 동요하지 않고 사는
물고기의 외길 삶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난세를 살아가는 그 삶이
부러웠나 봅니다
길바닥에 물고기 한 마리
없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