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3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17 - 전윤상 시인의 한시(漢詩)세계 김우영 2009.02.15 483
1716 개펄 강민경 2009.02.19 317
1715 믿음과 불신사이 박성춘 2009.02.21 427
1714 모의 고사 김사빈 2009.03.10 451
1713 하얀 꽃밭 김사빈 2009.03.12 552
1712 호객 성백군 2009.04.01 430
1711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71
1710 나의 탈고법 김우영 2009.04.04 675
1709 삶이란 성백군 2009.04.13 459
1708 내 가슴에 비 내리는데 강민경 2009.04.13 514
1707 매지호수의 연가 오영근 2009.04.25 673
1706 여백 채우기 박성춘 2009.04.29 590
1705 저 붉은 빛 강민경 2009.05.03 563
1704 돼지독감 오영근 2009.05.04 593
1703 불경기 성백군 2009.05.04 535
1702 봄날 임성규 2009.05.07 597
1701 짝사랑 강민경 2009.05.13 602
1700 부부표지 file 김우영 2009.05.16 509
1699 부부 file 김우영 2009.05.19 599
1698 참 바보처럼 살다 갔네. 황숙진 2009.05.26 974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