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보니 괜찮다/강민경
건널목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급하게 서두르는 나를
꽉 붙잡는 그이의 손,
아직 가까이 오는 차도 없고
옆 사람들은 건너가는데
왜 나는 안 되냐며 따지는 나에게
“당신은 내 반쪽이니
다른 반쪽이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미련한 곰 같은 말을 한다마는
나는 급하고
그이는 느려서
매사가 부딪치고 자주 잔소리도 나오지만
그때마다 그이의 얼토당토않은 말
결혼식 때
슬픈 일에나 기쁜 일에나
함께 견디며 헤쳐나가겠다고 약속했으니
나는 자기를 지키는 것이라는 그이의 달콤한 유머에
속는 줄 알지만
믿고 싶은
참말, 듣고 보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