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집 / 성백군
이쪽을 봐도 아득하고
저쪽을 봐도 아득하고
아득한 길끼리 모여 모퉁이가 된 집
그 집엔 할아버지 한 분 살고 있다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마당에 나와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오가는 행인들을 살핀다. 아마도
가족을 기다리는 것일 것이다
눈이 깊어 우물이 된 할아버지 속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조만간
저리되는 것 아닐까
지는 해가 머뭇거리며
그림자를 이끌고
마당에서 뜨락으로 처마 밑으로 지붕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진다
밤이오면
모퉁이 집 창문에는
이쪽저쪽에서 그리움들이 모여들어
불빛마저 흐릿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