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6 15:12

흔들리는 집

조회 수 2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이 월란




언제부터였을까
노인성 백내장으로 한쪽으로만 보시던 내 아버지
버릇처럼 한쪽 손으로 회백색으로 흐려진 수정체를 가리시곤
뗏다 붙였다 뗏다 붙였다
<한쪽으론 정확한 거리측정이 역시 불가능해>
사물을 재어보시곤 하시던 내 아버지
저만치 슬픔이 아른거리며 다가올 때나
이만치 눈물겨움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가렸다 뗏다 거리측정을 한다
명절이면 표준말을 쓰는 곱상한 남매를 데리고 손님처럼 묵고가던
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가까운 것들과 먼 것들이 늘 뒤섞여 있던 내 아버지의 시야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간다
알뜰히 물려주고 가신, 미워할 수 없는 불손한 유전자를 너머
<나는 당신의 딸입니다> 지령받은 사랑의 형질로
너무 멀어 그리워만지는 것들을
너무 가까워 안일해만지는 것들을
나도 한번씩 내 아버지의 거리측정법으로 파악해 보는 습관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6 네 잎 클로버 하늘호수 2017.11.10 168
1255 빗물 삼킨 파도 되어-박복수 file 미주문협 2017.11.08 219
1254 기타 거울에 쓰는 붉은 몽땅연필-곽상희 미주문협 2017.11.07 347
1253 나목(裸木) - 2 하늘호수 2017.11.03 278
1252 하와이 단풍 강민경 2017.10.24 203
1251 기타 10월 숲속의 한밤-곽상희 미주문협 2017.10.23 494
1250 가을비 하늘호수 2017.10.22 299
1249 너무 예뻐 강민경 2017.10.14 245
1248 오해 하늘호수 2017.10.12 333
1247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300
1246 그리움이 익어 강민경 2017.10.08 167
1245 이국의 추석 달 하늘호수 2017.10.07 287
1244 수필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미주문협 2017.10.02 236
1243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강민경 2017.10.01 210
1242 풀꽃, 너가 그기에 있기에 박영숙영 2017.09.29 208
1241 심야 통성기도 하늘호수 2017.09.28 182
1240 밤바다 2 하늘호수 2017.09.23 179
1239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하늘호수 2017.09.16 230
1238 두개의 그림자 강민경 2017.09.16 215
1237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196
Board Pagination Prev 1 ...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