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다툰 다음 날도 고속도로를 달린다
잠을 설쳐 무거운 어깨에
쏟아지는 빛살
뜨겁게 샤워를 한다
도로에 쓸려가는 이민의 고달픈 찌꺼기 때
속도에 매달려 차창을 달리는 고향생각
좁아진 가슴은 살아남으려 발톱 세운 독수리
일터를 향해 돌진할 수 있는 방향 감각
아내가 준비한 도시락을 치통없이 마주한다
어깨를 누르던 피로
아내를 이기려 했던 부끄러운 자아
안개처럼 사라지고
목구멍 까지 차오르는 감사가 나를 행군다
아내를 위해서
보다
나를 위해서
필요한 화해의 샤워
목숨같은 책 한 권
살갗에 붙어있는 죄 속성과 의식
흔들어 털고 씻어
탕감해주는 유일한 길 임울
돌아 선 자리
투명한 눈물
안으로 흐른다
강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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