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04:02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조회 수 1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2 7 월 강민경 2007.07.25 187
1091 해 바람 연 박성춘 2008.01.02 187
1090 원죄 이월란 2008.03.21 187
1089 황홀한 춤 하늘호수 2016.02.29 187
1088 감기 임 강민경 2016.04.10 187
1087 미루나무 잎사귀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0.23 187
1086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86
1085 개인적 고통의 예술적 승화 황숙진 2007.11.02 186
1084 7월의 생각 강민경 2017.07.07 186
1083 올무와 구속/강민경 강민경 2019.06.11 186
1082 그대에게 가고 있네! / 김원각 泌縡 2020.04.16 186
1081 꽃보다 체리 1 file 유진왕 2021.07.14 186
1080 출출하거든 건너들 오시게 1 file 유진왕 2021.07.19 186
1079 시조 코로나 19 -반갑지 않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07 186
1078 봄꽃, 바람났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1 186
1077 초월심리학과 정신이상 박성춘 2008.02.11 185
1076 안부 김사빈 2011.12.31 185
1075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85
1074 12월을 위한 시 - 차신재, A Poem for December - Cha SinJae 한영자막 Korean & English captions, a Korean poem 차신재 2022.12.20 185
1073 시조 몽돌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2.07 185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