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2 13:52

삶은 계란을 까며

조회 수 4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삶은 계란을 까며



                                                                          이 월란





삶은 계란의 묵직한 느낌이 좋다
“生”이라는 죽어가는 희망에 갇힌 곡피 속에서
뭉클뭉클 흔들리던 생이별
덩이진 생계란의 낭창거리던 흔들림이 말소된어버린
체념된 희망수표같아 차라리 편안하다
절망 앞에 고즈넉이 눈을 감은 회한의 얼굴이다
번뇌의 장애를 뛰어넘은 표정이다
병아리가 되지도 못할 굼뜬 결창같이 아리던 것들
이제는 응고되어버린 선택없음의 여유도 좋다
아기주먹만한 옴나위 속에서 내장으로 꿈틀대던 아픈 미몽들
이제, 껍질을 벗기자면 균열이 필요하다  
눈 맑은 내 아이의 이마에 쳐서 눈 흘기며 웃어도 좋고
일상의 각진 모서리에 콕콕 찍어도 좋고
이젠 만성으로 두다리 편 널찍한 테이블에 살짝 떨어뜨려도 좋겠다  
부화는 늘 그렇게 어딘가의 균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
눈자위꺼진 영세(永世)의 부화(孵化)조차도 말이다
둔부 속 기실의 기포가 숨통의 흔적으로 남아
절맥(絶脈)후에도 마지막 신선도를 유지하려
하늘을 보던 뭉툭한 그 눈빛조차 아파와도
한 때는 신비한 생명의 커튼이었을 난각막에 손톱을 밀어넣고
실명(失命)하고도 일만여개의 숨구멍으로 호흡하던
흰자와 노른자 사이에
문신으로 남은 초록빛 유황이 생소해도
이제 남은 반원의 껍질마저 훌러덩 벗겨질까
겁에 질린 중년여자
단단한 운명이란 껍질에 미물의 난각막으로 달라붙어
이력이 난 지금에사
순하게 붙들고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76 (동영상 시) 석류 - 차신재 Pomegranate -Cha SinJae, a poet (Korean and English captions 한영자막) 1 차신재 2022.06.05 354
1875 빈컵 강민경 2007.01.19 353
1874 탈북자를 새터민으로 김우영 2012.10.04 353
1873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52
1872 수필 엄마의 ‘웬수' son,yongsang 2015.07.05 352
1871 물구멍 강민경 2018.06.17 352
1870 수필 수잔은 내 친구 박성춘 2015.07.10 351
1869 기타 씨줄과 날줄/펌글/박영숙영 박영숙영 2020.12.13 351
1868 삼악산을 올라 보셨나요?-오정방 관리자 2004.07.24 350
1867 내 고향엔 박찬승 2006.07.13 350
1866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3.18 349
1865 할리우드 영화 촬영소 강민경 2015.05.13 349
1864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49
1863 청혼 하였는데 강민경 2011.06.06 348
1862 금잔디 강민경 2013.06.29 347
1861 화장하는 새 강민경 2016.06.18 347
1860 기타 거울에 쓰는 붉은 몽땅연필-곽상희 미주문협 2017.11.07 347
1859 어느새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30 347
1858 나는 벽에 누워 잠든다 JamesAhn 2007.12.23 346
1857 수필 아이오와에서 온 편지 채영선 2016.11.23 346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