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17:47

나의 변론

조회 수 3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변론/강민경

 

 

         어쩐 일인지

         햇빛 아래 어깨 늘어뜨린

 나뭇잎들 꼼짝도 않는다

 나무그늘 아래 서 있는

 나도, 옷섶 펄럭여 바람을 부추겨 보는데

 바람은 어디서 땡 치는 중인지

 숨소리 헉헉대는 나뭇잎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변명을 늘린다

,

 바람이 꼼짝 않고 있어서라고 하는

 나뭇잎과,

 나뭇잎이 불러 주지 않아

 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서라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의 변론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옷섶을 풀려 하자

 

 미안했는지 다급했는지

 제 본색 드러내는 바람

 어디서 엿듣고 달려왔을까

 

 순식간에 나뭇잎 감고 돌다가

 나를 다독이는 선심

 열리다 만 내 옷섶 풀었다 닫았다

 상냥한 호들갑이라니

 내 어찌 더 저들과 변론을 펼칠 수 있겠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0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강민경 2008.10.12 280
1729 버팀목과 호박넝쿨 성백군 2008.10.21 198
1728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2
1727 갈치를 구우며 황숙진 2008.11.01 488
1726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1) 박영호 2008.11.12 562
1725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33
1724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152
1723 고백 강민경 2008.11.21 233
1722 그리운 타인 백남규 2008.12.10 100
1721 배꼽시계 강민경 2008.12.20 361
1720 그대 가슴에 강민경 2009.01.06 220
1719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51
1718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8
1717 개펄 풍경 성백군 2009.01.22 86
1716 가장 먼 곳의 지름길 file 박성춘 2009.01.22 201
1715 일 분 전 새벽 세시 박성춘 2009.01.24 277
1714 열쇠 백남규 2009.01.28 86
1713 태양이 떠 오를때 강민경 2009.01.31 269
1712 가르마 성백군 2009.02.07 382
1711 생명책 속에 박성춘 2009.02.07 355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