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다 복이 아니다 / 성백군
지난밤, 비바람에
도심 길가 아름드리 멍키스패너 트리가
뿌리째 뽑혔다
부러진 가지와 떨어진 잎들이
패잔병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바닥에 난장을 치고
그동안 울다 지친 소방차는
눈만 깜박거린다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저 큰 나무의 뿌리가 몽당빗자루처럼 된 것을,
복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근원이 부실하면 축복도 저주가 되나보다
아는지, 옆집
아스팔트 틈에서 태어난
잡풀 한 포기가 잎으로 바람을 쥐고
생글거린다
저는 괜찮다며, 오랜만에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