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35 | 그 황홀한 낙원 | 김우영 | 2013.05.29 | 233 | |
1434 | 시 | 상현달 | 강민경 | 2017.11.20 | 233 |
1433 | 일주야 사랑을 하고 싶다 | 유성룡 | 2006.04.21 | 232 | |
1432 | 사랑한단 말 하기에 | 유성룡 | 2006.08.13 | 232 | |
1431 | 어머니날의 엄니 생각 | 김사빈 | 2007.04.30 | 232 | |
1430 | 푸른 언어 | 이월란 | 2008.04.08 | 232 | |
1429 | 시 | 빛의 공연 | 하늘호수 | 2015.11.30 | 232 |
1428 | 수필 |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 미주문협 | 2017.10.02 | 232 |
1427 | 시조 | 추억追憶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2.01.27 | 231 |
1426 | 시 | 설국(雪國) | 하늘호수 | 2016.01.10 | 231 |
1425 | 시 | 노숙자의 봄 바다 | 강민경 | 2018.04.11 | 231 |
1424 | 시 | 황혼의 바닷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2.11 | 231 |
» | 산수유 움직이고 | 서 량 | 2005.03.28 | 230 | |
1422 | 촛불 | 강민경 | 2006.07.12 | 230 | |
1421 | 地久 | 천일칠 | 2007.03.08 | 230 | |
1420 | 하늘을 바라보면 | 손영주 | 2008.02.28 | 230 | |
1419 | 시 | 남은 길 1 | 헤속목 | 2022.01.26 | 230 |
1418 | 시 | 고맙다. ‘미쳤다’는 이 말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04.09 | 230 |
1417 | 시조 | 코로나 19 –76주년 광복절에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8.15 | 230 |
1416 | 시 | 세상인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4.05 | 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