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친구/강민경
커피에 꿀을 넣으려다가
꿀단지 앞에서 엎어져 죽은
바퀴벌레를 보는데
사랑하는 사람 지척에 두고 그리워하다
더는 그리워하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친구가 생각난다
누군가는 전생에 인연이라 하였고,
누군가는 전생에 원수라 하였지만
그래, 그게 그렇지 않아,
긍정하고 부정하는 사이
이웃집 오빠였거나, 누이동생 같았을
지척에 제 사랑이 있는데
건너지 못할 강 앞에서 애만 태우다
요단강 건넜다는 그 소문처럼
바퀴벌레의 죽음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불길에 뛰어든
그 친구의 생애 같아
평소에
바퀴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는 나에게
때아닌 측은지심이라니!
하찮은 바퀴벌레의 죽음을 보면서
사랑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하늘나라를 선택한 그 친구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