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어쩌겠느냐마는/강민경
저녁 산책길
집 앞, 야자나무 밑에
벌거벗은 아기 새 한 마리
미처 눈을 뜨지 못한 채 죽어있다.
아니, 이를 어쩌나
내가 쩔쩔매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그이, 조심스레 종이로 감싸
길가 쓰레기통에 넣으며
숙연해진다
저 죽은 아기 새 어미의
심정은 어땠을까?
알라모아나 시장에서 잠시 아이를 잃고
내 눈이 뒤집혔던 그때가 생각나서
주위를 돌아보고, 나무 위도 살펴보지만
어미 새는 보이지 않고
노을 짙어가는 하늘에
서녘 햇빛을 받으며 날아가는
한 무리의 새떼, 그러기에
생존이 더욱 축복이라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짝반짝 땅 위에 빛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