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길 / 성백군
바닷가 벤치에 앉아서
방금 걸어온 길을
뒤돌아봅니다
해안선을 따라 난
모랫길이 가르마 같지만
파도가 따라오면서 삼키며 지우려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힘이 듭니다
한두 시간 산책길도
이리 부대끼는데
평생 나를 끌고 온 길은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내 몸이 주름투성이일까요
고맙습니다. 시간이여
그동안 내 몸에 기생하느라
수고 많이 하셨으니
이제 좀 나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당신의 영생을 위하여
내게 자유를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