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5 14:59

장대비

조회 수 2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대비


                                                          이 월란




살눈썹 사이로 잠든 눈이 세상을 일으키면

내 귓불에 입맞출 때만 암매(暗賣)하듯 속삭여주는

바라껍질 속에 가둬진 파랑(波浪)처럼

밀려오는 장대비 소리

바람난 아낙네 치마꼬리 붙들고 늘어지던

아이 입 틀어막은 손이 되어

숨통 조이며 소리없이 내리는 눈만

색태 없이 쌓이는 이경(異境)의 늪

고향의 장대비는 어린 날 노랗게 물든

물방울들이 기름방울처럼 매달려

그네를 타던 약국집 아이의 남상거리던 그

노란 레인코트 위에서 첫 물똥이 떨어진다

투닥투닥 기억을 두드리며 부르지 않아도

내리꽂히는 불망의 얼굴들

가르치지 않아도 한방울 두방울 부등켜 안고

폭염을 뒹구는 신들린 기억들

해아래 포성 지르며 부서져 날아간

약속의 언표들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도려내고도 싶은, 움켜쥐고도 싶은

옆에 있어야 할 보이지 않는 목소리

들리지 않는 모습

정강이까지 불어 휘적이던 걸음을 웅켜잡던

흙탕빛 물살이 곤죽이 되어

가슴을 묻고 그렇게 흘러가버렸어야 할

내 고향의 용슬한 고샅엔

학치 끝에서 붇기를 멈춘 작달비가

콩 볶는 소리로 어린 나의 맨땅을 치며

여윈잠 꿈속처럼 지금도 쏟아지고 있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6 봄날 임성규 2009.05.07 597
575 불경기 성백군 2009.05.04 535
574 돼지독감 오영근 2009.05.04 593
573 저 붉은 빛 강민경 2009.05.03 563
572 여백 채우기 박성춘 2009.04.29 590
571 매지호수의 연가 오영근 2009.04.25 673
570 내 가슴에 비 내리는데 강민경 2009.04.13 514
569 삶이란 성백군 2009.04.13 459
568 나의 탈고법 김우영 2009.04.04 675
567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71
566 호객 성백군 2009.04.01 430
565 하얀 꽃밭 김사빈 2009.03.12 552
564 모의 고사 김사빈 2009.03.10 451
563 믿음과 불신사이 박성춘 2009.02.21 427
562 개펄 강민경 2009.02.19 317
561 - 전윤상 시인의 한시(漢詩)세계 김우영 2009.02.15 483
560 생명책 속에 박성춘 2009.02.07 356
559 가르마 성백군 2009.02.07 385
558 태양이 떠 오를때 강민경 2009.01.31 269
557 열쇠 백남규 2009.01.28 86
Board Pagination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