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13:19

사과껍질을 벗기며

조회 수 1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사과가 뚝 떨어졌다
착취 한번 이기심 한번 탐욕 한번 휘두르지 않던
네 연약함, 이제 순수의 완성을 이루었는지

파르르, 우주 하나의 멜로디가 사과의 소리만큼
넓어졌네

내 손안에서
가만 가만 분배를 하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분자

이글 이글 타는 8월의 태양, 햇빛은 기억의 땀을 흘리고
그 날 거친 들 제 길을 찾은 사과꽃의 향기

숲과 들 골짝을 지나 온 바람의 상처
효소처럼 녹아
사과의 껍질이 내 손안에서 옷을 벗고

쓴맛도 단맛도 아닌 맛의 향기
둥그스럼한 현혹의 눈빛이다

사과, 시간마다 낯서른 향기
나, 네 천만 겹 얼굴을 탐하다니
나의 검은 손 감히 날카로운 난도질 하며
네 고독한 순수 잔인한 채로 허물다니

사과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다는
말의 중력과
거듭난다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너는 내 안에서 녹아 지구의 혈맥을 돌고
나는 네 안에서 우주의 젖을 빠는

들꽃 아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2 낙엽의 은혜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2.27 75
1691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45
1690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43
1689 시조 낙장落張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2.02.06 107
1688 낙조의 향 유성룡 2006.04.22 198
1687 낙화(落花) 같은 새들 강민경 2017.04.30 102
1686 낙화.2 정용진 2015.03.05 215
1685 낙화의 품격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6.08 64
1684 낚시꾼의 변 1 유진왕 2021.07.31 86
1683 난산 강민경 2014.04.17 316
1682 시조 난전亂廛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28 112
1681 난초 성백군 2006.04.10 259
1680 난해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8 116
1679 날 붙들어? 어쩌라고? 강민경 2015.03.15 262
1678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하늘호수 2017.05.15 251
1677 날마다 희망 하늘호수 2016.10.27 124
1676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12
1675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강민경 2008.10.12 280
1674 날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3.26 85
1673 낡은 공덕비 성백군 2009.12.25 718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