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4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96 | 시 |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 하늘호수 | 2017.05.15 | 253 |
595 | 시 | 날 붙들어? 어쩌라고? | 강민경 | 2015.03.15 | 263 |
594 | 시 | 난해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6.18 | 117 |
593 | 난초 | 성백군 | 2006.04.10 | 259 | |
592 | 시조 | 난전亂廛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8 | 114 |
591 | 시 | 난산 | 강민경 | 2014.04.17 | 317 |
590 | 시 | 낚시꾼의 변 1 | 유진왕 | 2021.07.31 | 87 |
589 | 시 | 낙화의 품격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08 | 64 |
588 | 시 | 낙화.2 | 정용진 | 2015.03.05 | 215 |
587 | 시 | 낙화(落花) 같은 새들 | 강민경 | 2017.04.30 | 105 |
586 | 낙조의 향 | 유성룡 | 2006.04.22 | 203 | |
585 | 시조 | 낙장落張 / 천숙녀 2 | 독도시인 | 2022.02.06 | 108 |
584 | 시 |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 강민경 | 2016.10.01 | 247 |
583 | 시 | 낙원동에서 | 강민경 | 2014.02.23 | 245 |
582 | 시 | 낙엽의 은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2.27 | 75 |
581 | 시 | 낙엽은 단풍으로 말을 합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11.25 | 96 |
580 | 시 | 낙엽단상 | 성백군 | 2013.11.21 | 180 |
579 | 시 | 낙엽 한 잎 | 성백군 | 2014.01.24 | 211 |
578 | 낙엽 이야기 | 성백군 | 2007.03.15 | 195 | |
577 | 시 | 낙엽 단풍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30 | 1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