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0 16:15

물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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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길을 묻다/강민경

 

 

바람에 서성거리던 나뭇잎

저를 받아 안는 개울 물을 타고 앉아

길을 물으며 흐릅니다

 

한 때는

푸른 나뭇잎으로

나뭇가지 물 들이는 터줏대감이었는데

웬일로 오늘은  

후줄근한 형색으로 어딜 가느냐고 궁금해하는

하늘을 힐끔거리며

두려움도 망설임도 잊은 채 파문을 일으키며  

흘러갑니다

 

둥둥 떠내려가다

기우뚱기우뚱 멈칫거리다

고운 옷 자랑하고 싶은지 이쪽저쪽으로

몸을 뒤척이며

제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인 것도 잊고

여유롭게 흐릅니다

 

재롱떨어 칭찬받으려는

아이들 같은 우쭐거림을 보며

나는 더 오래 주목하고 싶은데

어느새 알아챘는지

산을 도는 나뭇잎

물이 가르쳐 주는 길을 따라 갈길 서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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