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10:05

가을나무

조회 수 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을나무

정용진 시인

 

태양빛이 얇아지고

지나는 바람결이 소슬해지면

시냇가에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듯

나뭇잎들을 하나 둘 떨구면서

가을 나무가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 뜨겁던 날 괴로웠다.

폭풍우가 쏟아지던 밤이 힘들었다.

성숙한 과일들이

지체에서 떨어져가던 날

마음이 몹시 아팠다.

찬 서리가 내리치던 초겨울

끝내 뜨겁고 붉은 눈물을 흘렸다.

 

가을 나무는 벗은 채

신 앞에 홀로서는

단독자의 자세로

지난 삶을 심판 받는다.

내면 깊숙이 고뇌의 흔적으로

가슴 속에 둘려지는 연륜(年輪).

 

가을 나무는

알몸으로 서서 흰 눈을 기다리며

가지마다 볼록볼록

생명의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7 미당 문학관을 다녀 오면서 file 김사빈 2010.06.23 1087
1636 땅과 하늘이 마주 보는 비밀을 강민경 2010.07.06 1003
1635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김우영 2010.07.11 1343
1634 숙제 박성춘 2010.07.20 834
1633 공수표로 온것 아니다 강민경 2010.07.31 853
1632 연이어 터지는 바람 성백군 2010.08.22 980
1631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 박동수 2010.07.26 1064
1630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이승하 2010.08.26 1556
1629 디베랴 해변 박동수 2010.08.27 922
1628 코메리칸의 뒤안길 / 꽁트 3제 son,yongsang 2010.08.29 1153
1627 맥주 박성춘 2010.10.01 809
1626 바다로 떠난 여인들 황숙진 2010.10.03 888
1625 티끌만 한 내안의 말씀 강민경 2010.09.01 889
1624 밤하늘의 별이었는가 강민경 2010.10.06 926
1623 살아 가면서 박성춘 2010.10.22 788
1622 나이테 한 줄 긋는 일 성백군 2010.12.10 736
1621 고향고 타향 사이 강민경 2011.01.07 727
1620 낙관(落款) 성백군 2011.01.07 515
1619 새해에는 김우영 2011.01.10 532
1618 91. 한국 전북 변산반도 책마을 김우영 2011.01.12 806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