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1 06:22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조회 수 2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강민경

 

 

한낮

길가 철조망 넘어 마당이 있는 집

병아리 대 여섯 거느린 어미 닭과

풍채 당당한 수탉의 여유

긴 목이 빠지도록 회를 치며 암 닭을 향해

여기가 낙원이라고 힘주어 외치는

곧은 목울대의 당당함에

집 안과 밖, 고요하던 풍경이 기지개를 켠다


내일이 오늘 같은

밤낮없이 닭장 안에 갇혀서

생을 식용에 저당 잡힌 닭

먹으면 먹을수록 허허하고  

살이 찌면 찔수록 죽을 날이 가까워지니

먹는 것이 다 저주다

 

부모 덕에 재벌이 된 아이들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으로 생겼다고 제화나 권세를 함부로 사용하면

저 닭장 안의 닭처럼 곧 비만이 되어

갑질한다는 소리 자주 듣고 당뇨병에 걸리느니

 

풍족하다고 다

낙원은 아니다

그 풍족함이 당당해야 삶이 낙원이 된다

저 마당, 수탉 울음소리 참 맑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1 ,혼자 라는것 강민경 2009.05.26 690
1690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11
1689 암 (癌) 박성춘 2009.06.23 573
1688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40
1687 동그라미 성백군 2009.07.07 611
1686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60
1685 눈 안에 든 별 성백군 2009.07.31 883
1684 조국땅을 그리며 박성춘 2009.08.02 630
1683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53
1682 김대중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숙진 2009.08.18 943
1681 , 는개 그치네 강민경 2009.08.20 839
1680 몽유병 쏘나타 오영근 2009.08.25 838
1679 규보跬步 유성룡 2009.09.14 783
1678 어느 시인의 행적 유성룡 2009.09.17 681
1677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12
1676 어느 정신분열 환자의 망상 박성춘 2009.09.21 752
1675 밤에 쓰는 詩 박성춘 2009.09.21 666
1674 길(道) 김용빈 2009.09.23 711
1673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83
1672 체험적 시론ㅡ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승하 2009.10.14 1062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