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안의 사과 / 강민경
포스터시*
동네 길을 지나노라면
집집의 담장 안에 열린
오랜지, 레몬 같은 과일이 늘 풍성하다
그중에 초록 잎 사이사이 들추고
반짝이는 빨간 얼굴의 사과
특유의 싱그러운 향은 저절로
군침이 돌게 한다, 내 것이었다면
딴생각 없이 쓱쓱 옷깃에 문질러
한 입 베어 먹었을 텐데
담이 금을 그어 놓고
서로 움츠리게 한다
새삼스럽게
네 것 내 것 없이 나눠 먹던 시절의
이웃이 그립다
벽 한 칸 사이를 두고 살며, 누가 누군지
외면하고 사는 현실이 암울하게 다가온다
서로서로 존중하고, 위로해 주는
정 넘치는 세상이 언제였는지!
그날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내 생각을 아는지!
저 사과 부끄러움 타는지
내 마음 더욱 붉다.
*포스터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인접해 있는 “시” 명
-
바람난 첫사랑
-
이국의 추석 달
-
일곱 살의 남동생
-
헬로윈 (Halloween)
-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
등산의 풍광
-
담쟁이넝쿨
-
새들은 의리가 있다
-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
알로에의 보은
-
봄 볕
-
너를 보고 있으면
-
정신분열
-
이슬의 눈
-
지는 꽃잎들이
-
이해의 자리에 서 본다는 것은
-
선잠 깬 날씨
-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
저 하늘이 수상하다
-
계몽 군주와 테스 형 / 성백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