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1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 나무는
벌거벗은 사람이다

내 서재 밖에서 혼자서만
땅과 45도 각도로 뾰족하게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수직으로 뻗은 다른 나무들 허리를
슬쩍 가로 지른다
다른 나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놈이 왜 이래?” 한다

그 겨울 나무는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사람이다
말도 못하고
모순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부가 거무티티하고
키만 형편없이 큰 사람이다
땅과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허리가 삐딱하게 휘어져도 아픈 줄 모르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냥 그대로 서 있을,
늦은 오후 비라도 죽죽 내리는 날에는
남 몰래 엉엉 울고 있는 사람이다

© 서 량 2005.02.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6 다를 바라보고 있으면-오정방 관리자 2004.07.24 318
495 (단편) 나비가 되어 (6) 윤혜석 2013.06.23 318
494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강민경 2015.03.26 318
493 아니 아직 거기 있었네요 강민경 2012.04.22 319
492 한반도의 영역 김우영 2012.11.12 319
491 수필 빗속을 울리던 북소리-지희선 오연희 2016.06.01 319
490 구로 재래시장 골목길에/강민경 강민경 2018.08.02 319
489 [칼럼] 한국문학의 병폐성에 대해 손홍집 2006.04.08 320
488 구자애의 시 백남규 2013.08.22 320
487 너를 보면 강민경 2014.07.28 320
»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서 량 2005.02.17 321
485 수필 아침은 김사비나 2013.10.15 321
484 바람의 독후감 강민경 2015.04.22 323
483 야생화 이름 부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7.13 323
482 시조 年賀狀연하장을 띄웁니다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12.31 323
481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강민경 2014.10.17 324
480 오월의 아카사아 성백군 2014.06.08 325
479 미루나무 잎들이 강민경 2016.06.06 325
478 월터 아버지 서 량 2005.04.11 328
477 수필 건망증과 단순성-김태수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328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