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0 코리아타운. (1) 황숙진 2007.08.30 288
589 빈말이지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05 288
588 시조 <제30회 나래시조문학상 심사평> file 독도시인 2021.07.09 288
587 생선 냄새 서 량 2005.07.24 289
586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585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1 file 유진왕 2021.07.18 289
584 밤에 듣는 재즈 서 량 2005.05.17 290
583 손들어 보세요 서 량 2005.08.13 290
582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290
581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580 구름의 속성 강민경 2017.04.13 290
579 꽃잎의 항변 천일칠 2005.02.28 291
578 천년을 나의 사랑과 함께 유성룡 2007.02.03 291
577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576 시조 호롱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4 291
»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91
574 삶이 이토록 무지근할 때엔 최대수 2006.02.17 292
573 새해에는 / 임영준 박미성 2006.01.03 293
572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93
571 수필 코스모스유감 (有感) 윤혜석 2013.11.01 294
Board Pagination Prev 1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