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좋다 / 성백군
화장실 흰 타일 바닥에
움직이는 작은 점들
하나, 둘
개미, 바퀴벌레,
무엇이든 상관없다
저들의 생살여탈권은 내 마음에
달렸으니까
이리, 저리
길을 찾아 없는 길을
더듬는 저것들은 알까
내가 저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 좋다
알았다면 움츠러들었을 텐데
나도 몰라서
지금까지 열심히 산 것 아닐까?
섰다 저 벌레들
나도 서진다
괜히 두리번거리면서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