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7 바람구멍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7.28 210
996 탱자나무 향이 강민경 2006.03.05 211
995 하나를 준비하며 김사빈 2007.10.06 211
994 돌배나무 꽃그늘 속에서 성백군 2013.03.30 211
993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2.11.01 211
992 낙엽 한 잎 성백군 2014.01.24 211
991 그래서, 꽃입니다 성백군 2014.07.11 211
990 철로(鐵路)... 천일칠 2005.02.03 212
989 곤지(困知) 유성룡 2007.02.28 212
988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4.10 212
987 너로 허전함 채우니 강민경 2012.06.26 212
986 시조 낙법落法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9 212
985 해 후(邂逅) 천일칠 2005.01.27 213
984 사모(思慕) 천일칠 2005.04.26 213
983 허리케인 카트리나 성백군 2005.09.03 213
982 강민경 2006.02.19 213
981 꽃비 강민경 2006.04.07 213
980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13
979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3
978 12월이 기억하는 첫사랑 강민경 2015.12.06 213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