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그녀 / 성백군
봄볕 모여드는
돌담 밑 길가 찔레
햇살 불러와 세상 바라기에 설레는 마음을
꽃봉에 연서로 적더니
꽃잎 벌어지는 날 마침표를 찍고
바람 불 때 바람 편에 부쳤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급하게 서둘다 보니
주소도 못 적고 수취인도 잊었다고
아무 데나 마구 꽃 내를 흘립니다
나비도 오고 벌도 오지만
개미도 오고 진드기도 모이네요
누가 내 님인지 사랑 고백하기도 전에
화냥년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찔레꽃
갓길에 나와 팔자타령 합니다
어찌합니까
아비 모르는 새끼도
제 뱃속으로 낳았으니 자식인 것을
제 새끼 예쁘다고 들여다보면
방긋 웃으며 향내를 풍기다가도
꺾으려 들면 가시를 세우며
설레설레 고개를 흔듭니다
조심하세요. 길가 꽃이라고
함부로 대하다가는
상처 입고 몸 상하고 패가망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