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8 16:43

나무 뿌리를 보는데

조회 수 1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무뿌리를 보는데/강민경                          .

 

 

마키키* 산을

사람처럼 오르며

흙 위로 튀어 오른 굵고, 가느다란 나무뿌리가

길 아래위로 얽히고설키면서

바윗돌 휘감아 계단을 만들고,

징검다리를 놓았다.

 

나야 내 발 받쳐주는

저들의 노고에 기대니

안전하고 편안한 산행길이라서 행복하지만

뿌리는 날마다

수천만의 발걸음에 밟히면서 얼마나 아플까

고통도 오래 참으면 면역이 되는 건가?

빤질빤질, 발자국 닿는 곳마다 윤기 흐른다

 

저 나무뿌리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대가도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인정사정없는 수많은 발밑 견디느라

침묵하는 천민들 같아 안타깝지만

강자만 군림하는 세상인심을

내 무슨 힘이 있어 간섭할 수 있을 것인가

 

나 또한

저들을 계단처럼 밟고 오르내리며

남에게 밟혔다고 불평할 수 있겠는가

생각을 바꾸면 곧바로 위로되는 것을

나무뿌리를 보면서 섬김을 배운다

 

*하와이 지역명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5 시인이여 초연하라 손홍집 2006.04.08 173
814 기타 시인이여, 너를 써라-곽상희 서신 미주문협 2019.02.21 137
813 시작(始作 혹은 詩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27 130
812 시적 사유와 초월 손홍집 2006.04.08 580
811 시조 짓기 지희선(Hee Sun Chi) 2007.03.11 155
810 시지프스의 독백 손홍집 2006.04.07 340
809 시파(柴把)를 던진다 유성룡 2006.03.12 257
808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11
807 신 내리는 날 성백군 2005.12.07 220
806 신(神)의 마음 작은나무 2019.03.29 206
805 신경초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8.24 86
804 신록의 축제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04 39
803 신발 가장론(家長論) 성백군 2012.12.19 235
802 신선과 비올라 손홍집 2006.04.07 175
801 신선이 따로 있나 1 유진왕 2021.07.21 216
800 신아(新芽)퇴고 유성룡 2006.03.03 280
799 신처용가 황숙진 2007.08.09 593
798 시조 실 바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24 132
797 시조 실바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17 101
796 실체를 벗어버린 밤 풍경 강민경 2012.06.06 240
Board Pagination Prev 1 ...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