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3 12:20

바람의 길 4

조회 수 3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길 4



                                                                이 월란





바람이 오라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맨발로 허겁지겁 따라가다 멈칫 뒤돌아도 보겠어요
눈먼 꽃들이 나 대신 울며 따라도 오겠지요
이름을 잊어버린 꽃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친절히 타일러 돌려보내도 주겠어요
가다 가다 한가한 가랑잎에 한 두 줄씩 시를 써주고
졸고 있는 꽃이파리 희롱하다 붙들려 시껍도 하고
허기지면 설익은 열매 뚝 따 먹으며 즐거이 배탈도 나겠어요
아, 바람이 오라 손짓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버려진 낡은 의자에 앉아 삐그덕 삐그덕
늙은 세월의 등이라도 긁어 주겠어요
별이 하릴없이 내리는 호반에선 나도 건달처럼 놈팡이처럼
천의 손가락으로 얌전한 호면을 휘저어 파문을 놓고
황혼의 햇살을 따라 냅다 도망질도 치겠어요
바람 속에 남은 눈물 마저 다 뿌려 주고
더 이상 젖지 않을 마른 소맷자락 나폴거리며
머리칼 헝클어진 광녀의 걸음으로 밴둥밴둥 돌아오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했다 혼쭐이라도 난다면
저 바람 탓이라 배시시 웃고 말겠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그림자의 비애 성백군 2011.10.17 329
470 멸치를 볶다가 하늘호수 2016.10.10 329
469 무 궁 화 강민경 2005.07.12 330
468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30
467 낡은 재봉틀 성백군 2006.05.15 330
466 여호와의 거시기는 & 아무거나 file 박성춘 2007.06.25 330
465 수필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330
464 겨레여! 광복의 날을 잊지 맙시다 file 박영숙영 2015.08.15 330
463 아름다운 마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15 330
462 무 덤 / 헤속목 헤속목 2021.05.03 330
461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31
460 새 출발 유성룡 2006.04.08 331
459 그 소녀의 영력(靈力) file 박성춘 2007.08.13 331
458 아침이면 전화를 건다 김사빈 2005.04.02 332
457 수필 새삼 옛날 군생활얘기, 작은글의 향수 강창오 2016.07.05 332
456 기타 거울에 쓰는 붉은 몽땅연필-곽상희 미주문협 2017.11.07 332
455 어머니의 마당 성백군 2005.08.12 333
454 송어를 낚다 이은상 2006.07.19 333
453 가을 밤송이 성백군 2014.10.10 333
»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2.23 334
Board Pagination Prev 1 ...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