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3 12:20

바람의 길 4

조회 수 3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길 4



                                                                이 월란





바람이 오라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맨발로 허겁지겁 따라가다 멈칫 뒤돌아도 보겠어요
눈먼 꽃들이 나 대신 울며 따라도 오겠지요
이름을 잊어버린 꽃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친절히 타일러 돌려보내도 주겠어요
가다 가다 한가한 가랑잎에 한 두 줄씩 시를 써주고
졸고 있는 꽃이파리 희롱하다 붙들려 시껍도 하고
허기지면 설익은 열매 뚝 따 먹으며 즐거이 배탈도 나겠어요
아, 바람이 오라 손짓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버려진 낡은 의자에 앉아 삐그덕 삐그덕
늙은 세월의 등이라도 긁어 주겠어요
별이 하릴없이 내리는 호반에선 나도 건달처럼 놈팡이처럼
천의 손가락으로 얌전한 호면을 휘저어 파문을 놓고
황혼의 햇살을 따라 냅다 도망질도 치겠어요
바람 속에 남은 눈물 마저 다 뿌려 주고
더 이상 젖지 않을 마른 소맷자락 나폴거리며
머리칼 헝클어진 광녀의 걸음으로 밴둥밴둥 돌아오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했다 혼쭐이라도 난다면
저 바람 탓이라 배시시 웃고 말겠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 시조 빛, 문을 향하여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13 119
432 행운幸運의 편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5 119
431 시조 사월과 오월 사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1 119
430 시조 독도 -춤사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21 119
429 시조 코로나 19-이 시대의 나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14 119
428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14 119
427 추태 강민경 2012.03.21 118
426 볶음 멸치 한 마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29 118
425 白서(白書) 가슴에 품다 강민경 2017.02.16 118
424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8
423 늦깎이 1 유진왕 2021.07.29 118
422 4월, 꽃지랄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5.09 118
421 대청소를 읽고 박성춘 2007.11.21 117
420 고난 덕에 강민경 2017.01.02 117
419 당뇨병 강민경 2016.05.12 117
418 난해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8 117
417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17
416 좋은 사람 / 김원각 泌縡 2020.02.16 117
415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16 117
414 시조 오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8 117
Board Pagination Prev 1 ...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