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7:02

꽃 뱀

조회 수 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뱀/강민경



오늘도 나는 계곡에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산골짝 건널 일 산등성 넘을 일에

힘 드는 줄 모르고

올곧은 나무로 쭉쭉 뻗었다

 

 

개울물이 발끝을 적시고 흐르던

어느 아침

안갯속에서 함초롬한 이슬 물고 와

내미는 네 맨손이 하도 고와

퐁당 빠져들어 쿡쿡 하하

웃는 사이

 

너는 산맥처럼 일어선 내 어깨 근육을

뭉개고

거 쉼을 숨겨 돌돌 내 몸을 말아

옴짝달싹 못 하도록 욱죄고 귀골이 장대했던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온데간데없고 덩굴, 너만 남았구나

 

다 내어 주고

속절없고, 한심하고, 어처구니없어

속 빈 강정처럼, 돌아온 탕아처럼, 먼데 가신

하늘이라도 되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네 뱃가죽이야 등가죽에 붙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는 일 없는 너는

누구냐?

네가 그것이었니, 피를 말리는 꽃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3 (단편) 나비가 되어 (7, 마지막회) 윤혜석 2013.06.23 313
512 그가 남긴 참말은 강민경 2013.10.11 313
511 오월의 찬가 강민경 2015.05.29 313
510 4월에 지는 꽃 하늘호수 2016.04.29 313
509 다를 바라보고 있으면-오정방 관리자 2004.07.24 314
508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임영준 뉴요커 2005.07.27 314
507 내 눈은 꽃으로 핀다 유성룡 2006.08.16 314
506 수필 한류문학의 휴머니스트 김우영작가 후원회 모임 개최 김우영 2015.06.25 314
505 3.1절을 아는가 / 임영준 김연실 2006.02.27 315
504 강민경 2011.07.04 315
503 방파제 안 물고기 성백군 2013.10.17 315
502 7월의 향기 강민경 2014.07.15 315
501 유월의 향기 강민경 2015.06.20 315
500 난산 강민경 2014.04.17 316
499 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강민경 2015.03.31 316
498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18 김우영 2015.05.27 316
497 잠명송(箴銘頌) 유성룡 2007.07.14 317
496 개펄 강민경 2009.02.19 317
495 끝없는 사랑 강민경 2014.09.01 317
494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강민경 2015.03.26 317
Board Pagination Prev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