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봄 바다/강민경
시도 때도 없이
해풍이 어슬렁거리는 바닷가
와이키키 비취 공원 모래톱 후미진 여기저기에도
봄이 있는가? 날마다
풀잎 파릇파릇 생명 도는데
길가 축대 위
울퉁불퉁한 돌 위에 책상다리하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기도하듯 묵상하듯 꼼짝 않는 중년 노숙자
그녀에게도
삶이 있는 걸까? 생을 해탈한 것일까?
부러 눈 맞춰 말을 건네 봐도
반응 없는 묵묵부답이 열 적다.
아픈 거 서운한 거
잊은 지 오래라 별것 아니라지만
아직은 젊은데
하 많은 세월을 돌부처로 지내기는
괜히 내가 아파
툭! 동전 한 잎,
빈 깡통에서 달그락거리며 굴러간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저 노숙자
잠에서 깨어나 봄바람이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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