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 / 성백군
편지가 왔다
주소도 수신자도 없는 편지가
이 산 저 산 앞들 뒷들로 날마다 오더니
우리 집 화단에도 봄을 가득 적어놓았다
바탕체, 돋움체, 굴림체, 궁서체,
모양도 갖가지이고
빨강, 노랑, 보라, 분홍, 하양, 색깔도 천차만별이라
잠시 어질머리가 될 때도 있지만
정신을 차리고 모양과 색을 구별하여 읽어보면
할미꽃,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매화, 동백, 벚꽃……,
주인 없다고 망설이지 마라, 벌 나비 분탕 치고
주소 모른다고 미루지 말라
바람이 눈치채고 제멋대로 끌고 다니면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엉망이 되고
내용도 조잡한 잡문이 된다
당신이 글쟁이면
머리를 열고 봄의 마음을 적어라
코를 벌름거리며 향기를 맡아보고 심장에다 새겨라
당신이 주인이고
당신이 봄이다
시(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