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85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아노는 늘
육체를 다스리는 풍습에 젖는다
열 손가락으로 광! 광! 두들기는
말초신경의 뻔뻔함으로
육체를 거부하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피아노 치는 여자는

검정 속옷과 스터킹
어지러운 손가락 놀림
발밑에 눌리는 소프트 페덜만으로
피아노는 충분히 남자의 함정이다
피아노 치는 여자 목 아래로 푹 파여 있는
아늑한 함정이다

육체는 육체끼리
영혼은 영혼끼리
따로 떨어진 연습실에서 음계연습을 한다
머리를 잘 빚지 않는 남자를
자신에게 단단하게 묶어 두기 위하여
오늘도 밤늦도록 피아노 치는 여자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저 싱싱한 페미니즘이 붉은 피를 흘릴 때
슬며시 고개를 드는 휴머니즘을 위하여
나를 때려 다오, 피아노 치는 여자여
여지 없이 나를 발로 짓눌러 다오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소프트 페덜처럼

* 피아노 치는 여자 -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소설 제목

© 서 량 2005.02.09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 앞모습 서 량 2005.07.10 385
94 여행기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었던 시인을 찾아서 이승하 2005.07.10 815
93 만남을 기다리며 이승하 2005.07.10 389
92 유나의 하루 김사빈 2005.07.04 617
91 믿어 주는 데에 약해서 김사빈 2005.07.04 449
90 석류의 사랑 강민경 2005.06.28 556
» 피아노 치는 여자*에게 서 량 2005.06.22 685
88 노란리본 강민경 2005.06.18 295
87 빈 집 성백군 2005.06.18 288
86 풀 잎 사 랑 성백군 2005.06.18 327
85 유월(六月) / 임영준 윤기호 2005.05.31 295
84 아우야, 깨어나라 고영준 ko, young j 2005.05.18 394
83 밤에 듣는 재즈 서 량 2005.05.17 314
82 Fullerton Station 천일칠 2005.05.16 211
81 [가슴으로 본 독도]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5.11 293
80 연두빛 봄은 김사빈 2005.05.08 391
79 밤에 피는 꽃 서 량 2005.05.06 726
78 유나의 웃음 김사빈 2005.05.04 501
77 아침에 나선 산책 길에 김사빈 2005.05.04 287
76 사모(思慕) 천일칠 2005.04.26 254
Board Pagination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