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강민경
이민 34년
서툰 우리 말을 당연히 여겨
탓 한 일이 없는데
잔뼈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뜬금없이 엄마 얼굴을 마주하고
참깨와 함께는 어떻게 다르지요 라고
물어 올 때면
확확 닳아 오르는 가슴 속, 요동
부모가 한국인이라는 구심점이
올곧게 박혀 있음의 확인이랄까
맵고 짠, 어쩐지 서러운 바람 헤쳐내다
알게 모르게 못 다 푼 매듭이었을까
설명 안 해도 될 말까지 부풀려
너스레까지 느는 내 순정에
짜증스러워 않는 대견스런 아이들이
축축이 젖은 눈 안으로 들어와
촘촘한 잔주름이 일어선다
미국인 같은 한국인의 어정쩡함을
확 거둬 낸 것 같은 시원스러움에
가슴 훈훈하고, 순간일지라도
이방인이라는 낱말을 거둬낸다
집집이 소식 전하는
우체부의 변함없는 발걸음처럼
마음 구석구석 추스르는 내일이 따뜻하다
시
2014.02.25 19:49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조회 수 241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95 | 시 | 위, 아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15 | 245 |
1494 |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 뉴요커 | 2005.11.11 | 244 | |
1493 | 우리가 사는 여기 | 김사빈 | 2007.03.15 | 244 | |
1492 | 여든 여섯 해 | 이월란 | 2008.03.12 | 244 | |
1491 | 시 | 너무 예뻐 | 강민경 | 2017.10.14 | 244 |
1490 | 꽃피는 고목 | 강민경 | 2007.12.08 | 243 | |
1489 | 시 |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 강민경 | 2014.04.11 | 243 |
1488 | 시 |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 강민경 | 2019.03.20 | 243 |
1487 | 시 | 옷을 빨다가 | 강민경 | 2018.03.27 | 243 |
1486 | 무사고 뉴스 | 성백군 | 2006.07.19 | 242 | |
1485 | 어느날 아침의 영상 | 곽상희 | 2007.08.26 | 242 | |
1484 | (단편) 나비가 되어 (5) | 윤혜석 | 2013.06.23 | 242 | |
1483 | 시 | 살아 있음에 | 강민경 | 2016.02.26 | 242 |
1482 | 시 | 작은 꽃 | 강민경 | 2017.11.26 | 242 |
1481 | 시 |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 강민경 | 2019.02.16 | 242 |
1480 | 시 | 천고마비 1 | 유진왕 | 2021.08.01 | 242 |
1479 | 밤 손님 | 성백군 | 2006.08.18 | 241 | |
1478 | 시인을 위한 변명 | 황숙진 | 2008.04.05 | 241 | |
» | 시 |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 강민경 | 2014.02.25 | 241 |
1476 | 시 | 회개, 생각만 해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1.03 | 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