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강민경
이민 34년
서툰 우리 말을 당연히 여겨
탓 한 일이 없는데
잔뼈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뜬금없이 엄마 얼굴을 마주하고
참깨와 함께는 어떻게 다르지요 라고
물어 올 때면
확확 닳아 오르는 가슴 속, 요동
부모가 한국인이라는 구심점이
올곧게 박혀 있음의 확인이랄까
맵고 짠, 어쩐지 서러운 바람 헤쳐내다
알게 모르게 못 다 푼 매듭이었을까
설명 안 해도 될 말까지 부풀려
너스레까지 느는 내 순정에
짜증스러워 않는 대견스런 아이들이
축축이 젖은 눈 안으로 들어와
촘촘한 잔주름이 일어선다
미국인 같은 한국인의 어정쩡함을
확 거둬 낸 것 같은 시원스러움에
가슴 훈훈하고, 순간일지라도
이방인이라는 낱말을 거둬낸다
집집이 소식 전하는
우체부의 변함없는 발걸음처럼
마음 구석구석 추스르는 내일이 따뜻하다
시
2014.02.25 19:49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조회 수 307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58 | 시 | 길동무 | 성백군 | 2014.03.15 | 264 |
» | 시 |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 강민경 | 2014.02.25 | 307 |
856 | 시 | 낙원동에서 | 강민경 | 2014.02.23 | 302 |
855 | 시 | 태아의 영혼 | 성백군 | 2014.02.22 | 259 |
854 | 시 | 몽돌과 파도 | 성백군 | 2014.02.22 | 432 |
853 | 시 | 겨울 홍시 | 강민경 | 2014.02.08 | 401 |
852 | 시 | 문자 보내기 | 강민경 | 2014.02.03 | 442 |
851 | 시 | 강설(降雪) | 성백군 | 2014.01.24 | 220 |
850 | 시 | 낙엽 한 잎 | 성백군 | 2014.01.24 | 268 |
849 | 시 | 2월 | 이일영 | 2014.02.21 | 232 |
848 | 시 | 나무 요양원 | 강민경 | 2014.01.23 | 400 |
847 | 시 | 담 안의 사과 | 강민경 | 2014.01.17 | 392 |
846 | 시 | 등외품 | 성백군 | 2014.01.06 | 295 |
845 | 시 | 초승달이 바다 위에 | 강민경 | 2014.01.04 | 487 |
844 | 시 |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 성백군 | 2014.01.03 | 418 |
843 | 시 | 장미에 대한 연정 | 강민경 | 2013.12.26 | 613 |
842 | 시 |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 이일영 | 2013.12.26 | 385 |
841 | 수필 | 감사 조건 | savinakim | 2013.12.25 | 360 |
840 | 시 |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 강민경 | 2013.12.03 | 341 |
839 | 시 | 단풍 한 잎, 한 잎 | 강민경 | 2013.11.23 | 3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