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름 부르기 / 성백군
어제 산에서 만난 꽃
이름이 궁금해서식물도감에 들어가 봤더니
이름없는 꽃은 없다
저건 매발톱, 저건 얼레지, 네가 바람꽃이구나
머릿속에 기억하고 가만히 불러보니
꽃잎들, 입술처럼 달싹거리며 가슴에
쏙 들어온다
이제부터
내가 네 이름을 불러줄 테니
너도 내 이름을 불러다오
네가 대답할 때
내 마음에 꽃이 피는 것 아니겠니
요즘은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험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수십 명씩 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
이름이라도 불러 주면 돌아보지 않겠니
이웃 죽은 줄도 모르고 몇 달째 버려두는
실종된 인심보다는 나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너를 꺽진 않을 거야. 네가 꽃인데 이름이 있는데
어떻게 꺾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