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4 16:41

유실물 센터

조회 수 3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유실물 센터/강민경

                              

 

이제나저제나 주인 기다리다 전신마비 된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전화기, 지갑 등등

몇 날 며칠이 흘렀는지

짙은 어둠만 쌓이는 좁고 텁텁한

유실물 센터의 방이 가시방석입니다

 

돌아눕거나 숨을 고를 수도 없어

응어리진 갈증의 하소연에도

고집불통 아버지 같은 유실물 센터의

문은 언제쯤 열일지!

스스로 최면을 걸고

주인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주인의 애첩으로 동분서주하던

디지털카메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허기에

진수성찬의 풍경이 그리워

질식해 돌아가실 것 같다는 하소연이

그 옹고집을 녹인 걸까?

드디어, 새 주인 맞는 강권의 문 열리고

경매로 팔린 낮 선 떨림을 끌어안습니다

 

할 수 있는 일, 힘껏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옛정 체념하는 법을 익히는데

새 주인 찾지 못해 어깨 처진

동료들의 뒷모습에 전날의 내가 있습니다  

하루속히 가시없는 방에 들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7 열쇠 백남규 2009.01.28 86
556 일 분 전 새벽 세시 박성춘 2009.01.24 277
555 가장 먼 곳의 지름길 file 박성춘 2009.01.22 202
554 개펄 풍경 성백군 2009.01.22 86
553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8
552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52
551 그대 가슴에 강민경 2009.01.06 220
550 배꼽시계 강민경 2008.12.20 362
549 그리운 타인 백남규 2008.12.10 101
548 고백 강민경 2008.11.21 233
547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152
546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33
545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1) 박영호 2008.11.12 562
544 갈치를 구우며 황숙진 2008.11.01 489
543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3
542 버팀목과 호박넝쿨 성백군 2008.10.21 200
541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강민경 2008.10.12 281
540 혼자 남은날의 오후 강민경 2008.10.12 220
539 벽에 뚫은 구멍 백남규 2008.09.30 423
538 바람의 생명 성백군 2008.09.23 166
Board Pagination Prev 1 ...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