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 센터/강민경
이제나저제나 주인 기다리다 전신마비 된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전화기, 지갑 등등
몇 날 며칠이 흘렀는지
짙은 어둠만 쌓이는 좁고 텁텁한
유실물 센터의 방이 가시방석입니다
돌아눕거나 숨을 고를 수도 없어
응어리진 갈증의 하소연에도
고집불통 아버지 같은 유실물 센터의
문은 언제쯤 열일지!
스스로 최면을 걸고
주인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주인의 애첩으로 동분서주하던
디지털카메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허기에
진수성찬의 풍경이 그리워
질식해 돌아가실 것 같다는 하소연이
그 옹고집을 녹인 걸까?
드디어, 새 주인 맞는 강권의 문 열리고
경매로 팔린 낮 선 떨림을 끌어안습니다
할 수 있는 일, 힘껏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옛정 체념하는 법을 익히는데
새 주인 찾지 못해 어깨 처진
동료들의 뒷모습에 전날의 내가 있습니다
하루속히 ‘가시’ 없는 방에 들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