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해방 70년을 생각한다
손 용 상<소설가>
1
나의 이름은 대한민국입니다.
500년을 ‘조선’으로 불리며 살다가
20세기 초 잠깐 ‘대한제국’으로 개명을 했습니다만,
어느 날, 어이없게 일본이란 날강도를 만나 그나마 내 이름을 빼앗기고
36년 동안을 온갖 핍박 속에서 시달리며 ‘조센징’으로 살았습니다.
허나, 70년 전 오늘 1945년 8월 15일
하느님의 보우와 수많은 선열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이 땅에 다시 한 번 태어났습니다.
2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신생아는 순산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산파들의 얄궂은 장난으로
대.한.민.국은 온전한 모습으로 몸을 풀지 못하였습니다.
더하여 6.25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수많은 동포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통곡을 하고 땅을 쳤지만
하느님과 선조들께서는 이는 ’너희의 업(業)이니라’ 하셨고
저희더러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속(補贖)을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었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순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
그렇게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업의 되갚음’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허리를 졸라매고 살았습니다.
500년을 힘들게 했던 ‘보리 고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 내었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경제 부흥도 이제 웬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어렵게 어렵게 ‘민주화’란 숙원도 이룩하였고
이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방종의 자유’보다는 ‘절제의 자유’를 이루도록
지금도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으로 팔을 뻗으며 방방곡곡 태극기를 꽂았고
이곳 달라스 하늘에서까지 펄럭이게 하였습니다.
4
그랬습니다.
우리는 지난 70여년을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세계 곳곳마다
모든 국민이 자유민주의 숨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한류’라는 문화의 광장까지 마련하였습니다만,
딱 한 가지,
잘려진 북쪽 허리만은 아직 잇지를 못하였습니다.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동강난 허리를 잇는데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북쪽의 폭력집단들이 우리를 위협하더라도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머지않은 앞날에
하느님 군병(軍兵)들의 칼날이 그들을 굴복시킬 때까지
우리는 조금도 방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5
오늘 우리들의 하늘은 유난히 청명합니다.
이 빛나는 날의 꽃 잔치에
우리 겨레의 신명난 ‘끼’들을 한껏 발산하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해방 100주년에는
우리 남북의 한 겨레들이 한데 얼려 춤추는
통합된 한인사회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2015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