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물기둥/강민경
고층 아파트 불빛들이
알라와이 운하에 뛰어들어
물살을 헤집고 들어와
물살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물속 어둠의 입자를 밀어냅니다
활활 타오르는 저 저울질
일렁이는 몸과 몸을 포갠 횃불이
자신을 태워서 열기를 뿜어냅니다
잠든 물고기들 깨워놓고, 그래도
성에 안 찬 듯
흐르는 물 위에 불을 지릅니다
물이면 물, 불이면 불
하나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나를
깨우치려는 듯
물과 불이 엉켜 세운 물기둥 불이
어둠 속에서 눈부십니다
물의 불꽃, 불의 물꽃들이
출렁거리며 이글거리며 알라와이 운하에서
세를 늘리는 밤
나는 어느 쪽에 서야 좋을지, 답답함도 잊고
그저 좋아서 졸음도 잊은 채
멍청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