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 멸치 한 마리 / 성백군
식탁 위에
볶음 멸치 한 마리
떨어져 있다
저 작은 것이
오대양 어디에든 숨을 곳이 없어서
내 밥상 위에 올랐나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데
맞은편 아내가
버리지 않고 무얼 하느냐며 퉁을 준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먹지 않음
저놈의 생애는 어떻게 되는 걸까
주님이 베드로에게 하신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라는
요한복음 13:8절 말씀이 생각난다
볶음 멸치 간절한 눈이
말똥말똥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아
마누라 눈을 피해 슬쩍 먹는데, 고소하다
내가 마치 적선이나 한 것처럼
대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