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3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0 가을비 하늘호수 2017.10.22 342
1249 너무 예뻐 강민경 2017.10.14 289
1248 오해 하늘호수 2017.10.12 363
»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331
1246 그리움이 익어 강민경 2017.10.08 213
1245 이국의 추석 달 하늘호수 2017.10.07 326
1244 수필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미주문협 2017.10.02 274
1243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강민경 2017.10.01 257
1242 풀꽃, 너가 그기에 있기에 박영숙영 2017.09.29 256
1241 심야 통성기도 하늘호수 2017.09.28 223
1240 밤바다 2 하늘호수 2017.09.23 237
1239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하늘호수 2017.09.16 264
1238 두개의 그림자 강민경 2017.09.16 259
1237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232
1236 수필 삶은, 눈뜨고 꿈꾸는 꿈의 여행이다 / 수필 박영숙영 2017.09.05 375
1235 시 / 바람 3 son,yongsang 2017.09.04 284
1234 여름 보내기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7.08.30 252
1233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141
1232 곽상희 8월 서신 - ‘뉴욕의 까치발소리’ 미주문협 2017.08.24 240
1231 알로에의 보은 강민경 2017.08.11 319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