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 성백군
나목의 끝
우듬지에 낡은 잎새 하나
겨울바람에 팔랑입니다
몸부림치며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삶을 함께한 형제들 친구들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았습니다
춥고 외롭고 힘들지만
무턱대고 따라갈 수는 없는 일
혼자 남았기에 책임이 있습니다
겨울과 봄을 이을 전령사
역사를 집필할
마지막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봄 되어 나목에 새싹 돋을 때까지만
버티게 해 달라고
바람 불 때마다 통성기도를 하는 저 잎새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이 땅에 남은
시대의 마지막 의인, 우리들의 복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