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밭
옹벽擁壁도 금이 갔고 집은 반쯤 기울어져
내부수리에 들어간 녹아 난 가슴이다
아픈곳 제대로 짚어도 거푸집 차양 치고
어둠의 덫을 열어 몇 점 얼룩만 남겨지길
화전민 터 찾아 나선, 새 터에 집 짓는 일
뒤꿈치 발 시리다고 앙탈부리는 나를 본다
내려놓고 비운 삶 어둠을 걷고 나와
아픈 내부 지켜보다 빈 가지로 올랐지만
목숨은 어디에서나 용수철로 사는 거다
갈퀴 손 훈장으로 햇빛으로 쏟아진 날
묵정밭 일구어서 씨 뿌리고 모종하자
바람도 멈춘 시간 깨워 태엽을 감아준다
문무학 교수님의 해설중에서-
시인 천숙녀는 그의 삶이 상처 받고 어려움이 많고 지금은 보잘 것 없기까지 하지만 다시 일어설 채비를 한다.
그런 결의를 담은 시가 「묵정밭」이다. 이 작품에 천숙녀의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으며 또 내일이 있다.
4수 1편의 이 시조 첫 수에는 화자의 불안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매우 피폐해져 있다.
그 피폐함은 화자 스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
옹벽이 금이 가고 집이 반쯤 기울어졌으면 그 속에 사람이 살기가 매우 우려되는 집이다.
따라서 당연히 수리를 해야 한다.
수리를 하려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를 찾아야 하고
잘못된 곳을 바로 찾아내는 것이 올바른 수리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