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21.02.03 13:41

묵정밭 / 천숙녀

조회 수 199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묵정밭.jpg

 

묵정밭

 

옹벽擁壁도 금이 갔고 집은 반쯤 기울어져

내부수리에 들어간 녹아 난 가슴이다

아픈곳 제대로 짚어도 거푸집 차양 치고

 

어둠의 덫을 열어 몇 점 얼룩만 남겨지길

화전민 터 찾아 나선, 새 터에 집 짓는 일

뒤꿈치 발 시리다고 앙탈부리는 나를 본다

 

내려놓고 비운 삶 어둠을 걷고 나와

아픈 내부 지켜보다 빈 가지로 올랐지만

목숨은 어디에서나 용수철로 사는 거다

 

갈퀴 손 훈장으로 햇빛으로 쏟아진 날

묵정밭 일구어서 씨 뿌리고 모종하자

바람도 멈춘 시간 깨워 태엽을 감아준다

 

 

 

 

 

 

 

 

 

 

 

 

 

 

 

 

 

 

 

 

 

 

  • ?
    독도시인 2021.02.03 13:42
    -『묵정밭』전문-

    문무학 교수님의 해설중에서-

    시인 천숙녀는 그의 삶이 상처 받고 어려움이 많고 지금은 보잘 것 없기까지 하지만 다시 일어설 채비를 한다.
    그런 결의를 담은 시가 「묵정밭」이다. 이 작품에 천숙녀의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으며 또 내일이 있다.

    4수 1편의 이 시조 첫 수에는 화자의 불안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매우 피폐해져 있다.
    그 피폐함은 화자 스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
    옹벽이 금이 가고 집이 반쯤 기울어졌으면 그 속에 사람이 살기가 매우 우려되는 집이다.
    따라서 당연히 수리를 해야 한다.
    수리를 하려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를 찾아야 하고
    잘못된 곳을 바로 찾아내는 것이 올바른 수리의 길이다.
  • ?
    독도시인 2021.02.03 13:42
    둘째 수에서는 그 길을 찾음에 있어 스스로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그래서 자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어려운 삶에서 빚어진 실수가 얼룩만 남겨지길 바란다.
    큰 실수보다는 작게 벌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런 바람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다.
    먼 길 오래 가야 할 사람이 뒤꿈치 발 시리다고 앙탈을 부려서 되겠느냐고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셋째 수에서는 힘든 삶을 스스로 달래고 있다.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아직도 비어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삶이 이렇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 확신을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쇠줄인 용수철에서 찾는다.
    그렇다. 목숨은 그런 쇠줄 같은 것이어서 질기고 질긴 것이다.
    인생사 전반에 명암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듯이
    용수철에 비유된 목숨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
    독도시인 2021.02.03 13:44
    넷째 수에 와서는 크게 용기를 내고 있다.
    참으로 통쾌하게 여겨지는 의욕이다.
    어려움을 참아내면 햇빛이 비칠 것이다.
    그것이 다소 낡은 비유라 해도 설득력은 높아진다.
    그러니 가야할 길을 가고 해야 할 일을 하자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지 말자.
    시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바람도 멈춘 시간을 깨워 태엽을 감아준다.”는 비유로
    당차게 마무리하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시조 묵정밭 / 천숙녀 3 file 독도시인 2021.02.03 199
1614 시조 2월 엽서.1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01 189
1613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2021.02.01 151
1612 시조 등나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31 222
1611 시조 지는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9 148
1610 시조 빨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8 212
1609 시조 등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7 183
1608 파도의 고충(苦衷)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1.27 100
1607 시조 나는 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6 154
1606 박영숙영 영상시 모음 file 박영숙영 2021.01.26 154
1605 시조 말리고 싶다, 발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5 113
1604 tears 1 young kim 2021.01.25 193
1603 시조 호롱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4 344
1602 시조 독도, 너를 떠 올리면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1.23 146
1601 나목에 핀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1.13 164
1600 가을/ 김원각-2 泌縡 2021.01.09 141
1599 마지막 잎새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1.06 188
1598 아!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1.01.01 204
1597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86
1596 연말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23 161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