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21.02.03 13:41

묵정밭 / 천숙녀

조회 수 147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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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jpg

 

묵정밭

 

옹벽擁壁도 금이 갔고 집은 반쯤 기울어져

내부수리에 들어간 녹아 난 가슴이다

아픈곳 제대로 짚어도 거푸집 차양 치고

 

어둠의 덫을 열어 몇 점 얼룩만 남겨지길

화전민 터 찾아 나선, 새 터에 집 짓는 일

뒤꿈치 발 시리다고 앙탈부리는 나를 본다

 

내려놓고 비운 삶 어둠을 걷고 나와

아픈 내부 지켜보다 빈 가지로 올랐지만

목숨은 어디에서나 용수철로 사는 거다

 

갈퀴 손 훈장으로 햇빛으로 쏟아진 날

묵정밭 일구어서 씨 뿌리고 모종하자

바람도 멈춘 시간 깨워 태엽을 감아준다

 

 

 

 

 

 

 

 

 

 

 

 

 

 

 

 

 

 

 

 

 

 

  • ?
    독도시인 2021.02.03 13:42
    -『묵정밭』전문-

    문무학 교수님의 해설중에서-

    시인 천숙녀는 그의 삶이 상처 받고 어려움이 많고 지금은 보잘 것 없기까지 하지만 다시 일어설 채비를 한다.
    그런 결의를 담은 시가 「묵정밭」이다. 이 작품에 천숙녀의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으며 또 내일이 있다.

    4수 1편의 이 시조 첫 수에는 화자의 불안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매우 피폐해져 있다.
    그 피폐함은 화자 스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
    옹벽이 금이 가고 집이 반쯤 기울어졌으면 그 속에 사람이 살기가 매우 우려되는 집이다.
    따라서 당연히 수리를 해야 한다.
    수리를 하려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를 찾아야 하고
    잘못된 곳을 바로 찾아내는 것이 올바른 수리의 길이다.
  • ?
    독도시인 2021.02.03 13:42
    둘째 수에서는 그 길을 찾음에 있어 스스로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그래서 자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어려운 삶에서 빚어진 실수가 얼룩만 남겨지길 바란다.
    큰 실수보다는 작게 벌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런 바람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다.
    먼 길 오래 가야 할 사람이 뒤꿈치 발 시리다고 앙탈을 부려서 되겠느냐고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셋째 수에서는 힘든 삶을 스스로 달래고 있다.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아직도 비어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삶이 이렇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 확신을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쇠줄인 용수철에서 찾는다.
    그렇다. 목숨은 그런 쇠줄 같은 것이어서 질기고 질긴 것이다.
    인생사 전반에 명암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듯이
    용수철에 비유된 목숨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
    독도시인 2021.02.03 13:44
    넷째 수에 와서는 크게 용기를 내고 있다.
    참으로 통쾌하게 여겨지는 의욕이다.
    어려움을 참아내면 햇빛이 비칠 것이다.
    그것이 다소 낡은 비유라 해도 설득력은 높아진다.
    그러니 가야할 길을 가고 해야 할 일을 하자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지 말자.
    시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바람도 멈춘 시간을 깨워 태엽을 감아준다.”는 비유로
    당차게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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