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육친肉親
                                      손택수


책장에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
막 닳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
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
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길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혀의 동의 없이는 도무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연필심에 침을 묻혀 글을 쓰던 버릇도 버릇이지만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
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고
아내도 읽지 않는 내 시집 귀퉁이에
어머니 침이 묻어 있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그 침
페이지 페이지 얼룩이 되어 있네


*며느리도 이해 못하는 아들의 시, 어머니가 읽고 계신다.

 아들이 쓴 시 한 귀퉁이마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육친의 깊은 사랑이 묻어 있다.

문자에만 의존하면 결코 이해 못하리라.

아들의 시를 읽는 어머니에게 현대시의 난해는 결코 없다. - 이윤홍


*손택수 시인(45세)-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현대시동인상과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76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9 김우영 2015.06.28 541
2075 꿈속으로 오라 관리자 2004.07.24 538
2074 미리 써본 가상 유언장/안세호 김학 2005.01.27 537
»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37
2072 불경기 성백군 2009.05.04 535
2071 아틀란타로 가자 박성춘 2007.07.21 532
2070 새해에는 김우영 2011.01.10 532
2069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32
2068 잠 못 이룬 밤에 뒤적인 책들 이승하 2008.02.10 530
2067 옛날에 금잔디 서 량 2005.11.26 528
2066 秋江에 밤이 드니 황숙진 2007.08.06 525
2065 석류의 사랑 강민경 2005.06.28 523
2064 6.25를 회상 하며 김사빈 2006.06.27 523
2063 한국전통 혼례복과 한국문화 소개(library 전시) 신 영 2008.06.17 519
2062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519
2061 수필 속살을 보여준 여자-고대진 미주문협 2017.01.30 518
2060 수필 아파트 빨래방의 어느 성자 박성춘 2015.07.16 518
2059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하늘호수 2016.05.02 518
2058 낙관(落款) 성백군 2011.01.07 515
2057 내 가슴에 비 내리는데 강민경 2009.04.13 514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