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7 20:29

낙관(落款)

조회 수 515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관(落款) / 성백군


   늙은 재두루미 한 마리가
   물가를 걷고 있다
   가다가 멈춰 서서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날개를 들먹거려 보이기도 하지만
   물속에 든 제 모습을 바라보고, 날지 못하고
   흐르는 물에 발자국만 꾹꾹 찍는다

   제 마음에는
   제가 살아온 날 수 만큼 제 몸이 무거워
   흔적은 남길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몸이 무겁다고 물이 찍히나
   찍힌다 하더라도 흐르면 그만인 것을

   나도 한때는
   허방에 어른거리는 내 그림자를 믿고
   내 멋에 취하여 허공을 걸어봤지만
   걷는다고 다 길이 되지 않더라
   길이라 하더라도 발자국은 남길 수 없는 것을

   재두루미야
   우리 서로 해 넘어가는 자리에서 만났으니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낙관(落款) 하나씩 찍어놓자
   그리고 빈 하늘에
   저녁노을 찰랑거리는 그림 그려 꽉 채우고
   지평이든 수평이든 암말 말고 넘어가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6 시조 뼛속 깊이 파고드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8 101
235 못난 친구/ /강민경 강민경 2018.07.17 101
234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101
233 벚꽃 file 작은나무 2019.04.05 101
232 나목에 대해, 경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2.31 101
231 시조 실바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17 101
230 Prayer ( 기 도 ) / 헤속목 1 헤속목 2021.07.27 101
229 오월,-아낙과 선머슴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6.03 100
228 부활절 아침에/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4.14 100
227 시조 코로나 19-낮은 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15 100
226 시조 이 가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6 100
225 시조 코로나 19 - 천만리 할아버지 손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17 100
224 시조 코로나 19 – 아침 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27 100
223 시조 백수白壽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5 100
222 시조 아득히 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4 100
221 노을 이월란 2008.02.21 99
220 illish 유성룡 2008.02.22 99
219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99
218 비우면 죽는다고 강민경 2019.07.13 99
217 나도 보여 주고 싶다 / 김원각 泌縡 2020.03.06 99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