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 숲에 들어가면 문득 사람이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햇빛을 나누느라 나무는 곧게 자란다 나무끼리 이웃이 되어 산 크기로 높아지면 하늘과 친하고 낮아지면 마을과 친하고 어두워지면 산새와 들새의 집이 된다 사람 숲에서는 사람이 심겨 질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점과 덕목일수록 그 그늘이 강화도 까지 뻗지만 몇 번의 봄이 와도 한번 죽으면 다시 잎이 돋지 않는 게 다르다 나무사이에 서면 나는 부끄럽다 혼자 햇볕도 독차지 하려했고 잎만 내세워 남의 눈에 뜨이기를 좋아했다 흔들리어 주면 되는 걸 바람에 꺾일까 걱정 많은 나무였다 숲에 들어가 보면 나무, 그 사이 길, 그 길옆 낮은 들꽃 그리고 어우러진 바위, 물소리 새소리 이제 작은 내가 보인다 남의 눈에 안 보이는 잎의 배면 광합성의 기공을 엽맥 끝에 매달고 믿음의 가지에 실하게 붙어 동쪽도 북쪽도 빈 공간이 있으면 그리로 뻗기를 자원하는 나무이고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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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8 UFO(견공시리즈 50) 이월란 2009.12.09 33
4937 편지 박정순 2009.04.18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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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4 바이올린 오연희 2009.04.10 54
4933 촛불-자살 놀이 오영근 2008.06.30 52
4932 어느 곡예사의 옹이 장정자 2008.05.05 34
4931 콩나물국 최향미 2008.05.13 56
4930 미국의 창씨개명 고대진 2009.04.18 50
4929 통성기도 이월란 2008.05.02 57
4928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1 56
4927 상처 아물리기 노기제 2008.05.02 63
4926 아찔한 가정법 오영근 2008.05.01 43
4925 밤 과 등불 강민경 2008.04.30 58
4924 시나위 이월란 2008.04.30 59
4923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63
4922 동굴 이월란 2008.04.29 78
» 더불어 사는 나무 /미주문학 여름호2008 김영교 2008.04.29 50
4920 정찬열의 " LA에서 부르는 고향노래" 정찬열 2008.04.29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