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02 11:56

5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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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무를 저며 채를 썰다가

텅 빈 고춧가루 통을 본다

냉동실 깊이 뒀던 비닐보퉁이 꺼내

한줌 남은 고춧가루를 빈 통에 털어 넣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행위 속에  

문득 내 옆에 살아나시는 어머니



벌써 언제던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고향집 대문간에서 나를 배웅하며 싸주시던

커다란 고춧가루 봉지

멀리도 가져와 아껴, 아껴 먹어온 게

어느새 몇 년인가

어머니의 사랑을 야금야금 챙겨먹듯

콩나물을 무치고 육개장을 끓이고…



이제 다 털어낸 고춧가루 속에 어머니는

영 가신 걸까

지천명 이날까지 어머니의 고춧가루로

이어져 온 나의 삶

당신 없이 사는 법은 아직도 서투르기만 하다



아아 또 5월인데 당신께 드릴 게 없다

받기만, 받기만 하다가 보내버린 어머니

한평생 붉은 고추 말리고 빻아

여섯 자식 사랑을 대시던 어머니

이제껏 붉은 고추 한 번 말린 적도

빻아본 적도 없는 나는

어머니의 유품으로 무생채를 버무린다



곱게 버무려진 생채나물 태연히 식탁에 오르고

창밖엔 고추처럼 붉은 꽃이 피었다

시큰한 코끝으로 대롱대롱 맺히는 눈물



꽃이 너무 맵다

5월이 너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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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야/최광호 2005.05.16 00:37
    무한한 어머니 사랑은 끝없어 그 사랑에 보답을 못한 채 또 엄마가 되어 그 보답을 못한 사랑을 자식에게 쏟아가며 이어지는 우리 인생, 그래서 내가 부모 되어 알아본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오월의 노래, 참으로 짜릿한 추억으로 넘치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오월의 고운 하늘에 어머니 사랑을 펼쳐가네요. 좋은 시를 감명 깊게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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